2008. 5. 16. 00:47

오늘 진료를 마칠때쯤, 보호자 한분이 오셨다.
보니 작년에는 가끔 만성전립선염으로 진료를 몇번 받았었고, 올해 몇번은 혈뇨로 나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아니...환자는 안오시고 보호자 분이 오셨어요?"
"며칠전 돌아가셔서...."

갑자기 머리를 한대 쥐어박힌 느낌이었다. 얼굴이 기억이 나는 환자라서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하면서 다시 물었다.
"뭐...교통사고를 당하셨나요?"
"최근 너무 피곤하여 큰병원에 갔다가 검사결과도 나오기 전에 돌아가셨어요. 암이 뼈까지 다 전이가 되었다는데...."
"??? 뭔 암이라는 데요?"
"며칠뒤에 결과 나오는데, 그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셨어요...골수검사까지 했는데..."

차트를 보니 올해초부터 미약한 혈뇨로 계속 진료를 받았었다. 약 2달전에 갑자기 혈뇨가 증가되어 초음파 및 정밀촬영을 다 하였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어 1주뒤에 다시 보자고 했는데, 추적관찰되지 않았던 환자였다.
몸상태가 최근 좋지 않아 큰병원에서 CT를 찍고 보니 무슨 암인지는 모르겠지만몸전체에 암이 퍼졌다고 했다.

몇달전에 봤을 때는 그런 환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뭔 암이었을까? ....
그리고 왜 1주뒤에 오라는 것을 좀 더 강력하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라는 자책이 맘속에서 요동쳤다.

물어보니 보호자는 그냥 주부였고, 슬하에 중학생인 자녀 2명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옛날에 나의 경험이 떠올라 그 자녀가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다. 가지는 못했지만 맘속으로 그 환자에게 화환이라도 보내야겠다.

하루 하루 환자를 볼때마다 매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시는 환자분을 보고 며칠간은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할 것 같다.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