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7. 16:08
이전에 의과대학시절에 한 교수님께서 왈....
"이세상에서 의학이 가장 쉽지 않냐? 환자가 말하는 모든 증세가 책에 다 나오잖아? 책에 나오는 증세가 그대로 환자가 호소하는데 얼마나 편해?"
당시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한동안 엄청나게 웃었지만, 시간이 꽤 지난 요새도 가끔 그 선생님 말씀을 되새길때가 있다.

병이라는 게 자기 자신이 괴로운 경우가 있는 반면에 주위를 힘들게 하는 병들도 많이 있는데, 비뇨기과에서 대표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병은 아마도 '과민성방광'이지 않나 싶다. 얼마나 그게 심하면 논문으로 "또 다시 멈춰야 해? (we have to stop again?)" 이라는 논문까지 나올까.....여기에 나오는 예를 보니 이전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모든증세가 책에 다 나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과민성방광이란 쉽게 말해서 자기자신의 방광이 매우 민감한 경우를 말한다. 즉 방광안에 소변이 조금밖에 차 있지 않은데도 계속 소변이 마려운 증세를 도저히 못참아서 자꾸 화장실에 가게 되고 심하면 화장실에 가기직전에 지리는 증세를 말한다. 물론 자기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소변이 마려워 자꾸 화장실을 가게 되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근데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같이 지내는 주위사람들에 대한 피해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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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 : at flicker.com by christian wind)

논문에 나오는 것을 몇가지 예를 들면

1. 영화를 끝까지 다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영화가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정도 되는데, 영화 중간에 반드시 한번이나 두번정도는 화장실에 가야 하기 때문에 같이 간 사람도 영화에 집중되지 않아 불편하고, 자기자신도 영화를 보고 싶은 맘이 별로 없어진다고 한다.

2. 낯선곳을 갈때는 항상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항상 확인을 한다고 한다. 가족이랑 여행을 갈때 항상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항상 더 걸려서 항상 가족들이 피곤하다고 한다.

3. 화장실에 가지 않고 성관계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성관계 중간 중간에 계속 화장실을 가야 하기 때문에 남자가 항상 김빠지고 침대끝자락을 찢어야 한다고 한다. 중간에 화장실을 갔다 오면 맥이 빠져서 이전과 같은 기분이 나지 않아 성관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4.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때도 항상 중간에 내려서 화장실을 한번내지 두번을 들려야 목적지까지 가기 때문에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항상 더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한다. 같이 가는 동반자는 물론 이것을 기다리다 보면 지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예들은 진료실에서도 흔히 환자들에게 듣는 것중의 하나이다. 위의 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주위 사람들을 더 피곤하게 하고 그러면서 사회생활에도 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전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도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잠깐의 중단이나 쉼등이 남을 더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되면서 과민성방광 질환도 현대사회에서 더욱더 부각되는 것 같다.

잠깐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화장실이 두개인 집의 개발은 정말이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가끔은 누가 개발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참고 : Coyne KS, et al. "Wh have to stop again?!": The impact of overactive bladder on family members. Neurourol Urodyn. 2009 Mar 19.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