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8. 01:07
최근에 비뇨기과 의사로서 참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우샤인 볼트를 배출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8세 여성선수인 캐스터 세메냐가 800m 결승에서 우승하면서 남성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생김새는 꼭 남성처럼 생겼긴 하지만, 글쎄....비뇨기과의사로서 생김새와 반대의 성염색체를 가진 환자를 그래도 가끔 봐왔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스포츠에서 어떻게 성감별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여러 뉴스를 보니 아마도 성염색체 검사를 해서 판단하는 것 같다. 원래 고등학교때 배운 지식으로는 XX는 여성, XY는 남성이라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항상 남성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몇가지 지식이 필요하다.

첫번째로는 Sex와 Gender의 차이점이다.
우선 WHO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자

"Sex" refers to the biological and physiological characteristics that define men and women.

"Gender" refers to the socially constructed roles, behaviors, activities, and attributes that a given society considers appropriate for men and women.

우리말로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지만 Sex는 해부학적인 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Gender는 사회적으로 길러진 성을 말하는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남성, 여성이라는 것은 Sex를 말하는 것이고, 남성다움, 여성다움은 Gender를 말하는 것이다.
주변에 보면 아마도 Sex와 Gender가 서로 반대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럼 이 해부학적인 성인 Sex는 어떻게 구분될까?

1950년대에 Y 염색체가 고환생성에 반드시 필요함을 확인하였으며, 이후 여러 염색체질환에서 Y 염색체가 남성을 구분짓는 것으로 인정이 되었다.
근데 분자생물학이 점차 발전하면서 Y 염색체중에서도 일부만 남성을 구분짓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1975년도에는 Y 염색체의 짧은 Arm인 (Yp) H-Y antigen을 거쳐 1990년에 Y 염색체중에서도 아주 일부분인 SRY(sex-determining region Y gene)라는 부분이 남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TDF : testis-determining factor)

   ( Y 성염색체를 아주 간략하게 그린 그림. Y 의 short arm에 SRY 라는 유전자가 있다.
   출처 : 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embryology by Dr. Mark Hill)



즉 다시 말하자면 우리몸의 유전자에 SRY라는 유전자가 있어야만 엄마배속에서 우리몸이 고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기고  SRY가 고환을 만들어내면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이 생성되어 우리몸 전체가 남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SRY 가 없다면 고환이 생성이 되지 않고, 이때는 바로 난소가 발달하면서 여성이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첫번째 질문을 다시 보자.
Y 염색체를 가졌다고 항상 남성일까?

정답은 항상 그렇지는 않다이다.

즉 Y 염색체 내에 SRY라는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이고,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SRY 유전자가 없으면 여성이다.
반대로 Y 염색체가 없더라도 SRY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이다.

이전에 내가 대학병원에 있을때도 XX성염색체이면서 완전 남성인 경우를 한번 봤는데 이런 경우는 SRY라는 유전자가 있어서이다. 그럼 이 경우 SRY의 유전자는 어디 있을까? 대부분은 Y염색체의 SRY가  X 염색체로 이동된 경우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는 1992년부터 SRY라는 유전자가 없어야 여성이라고 판정을 내렸고, 이것이 2000년 하계올림픽때 폐지가 되었다고 한다.

근데 왜 폐지가 되었을까?
미국의 의료단체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SRY로 성별을 판단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고 불확실하다고 문제제기를 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SRY를 가지고 있더라도 고환에서 생성된 남성호르몬이 우리몸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성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길러지게 된다. 2006년 도하아시안 게임 여자 800m 경주에서 은메달리스트인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이 그런 경우로 안드로겐 불감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혹은 고환 여성화증후군 (testicular feminization syndrome)이 있는데, 당시 산티 순다라얀은 SRY를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메달을 박탈당했다고 한다.

캐스터 세메냐가 받는 성별검사도 추측건데 SRY 유전자가 있느냐를 검사하는 것 같다.

근데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으로 길러진 성 중에서 어떤 것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SRY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글쎄다.......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관련글>
2009/08/17 - 레이디가가는 여성일까? 남성일까?


출처 :
1. WHO 홈페이지
2. 위키피디아
3. 전공의때 배운 지식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