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7. 18:26

오늘도 진료실에서는 젊은 분이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증세로 내원하였다. 좀 있다가 군대를 가게 되는데, 최근 자기 직전에 소변이 자주 마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직접 화장실에 가보면 소변은 별로 나오지 않고 힘들게 나와서 다시 자려고 하면 좀 있다가 또 소변이 또 마렵다고 한다.
"글쎄....좀 참아보는 것도 어떨까요?"
"참으려고 해도 자꾸 가게 됩니다....."

사실 비뇨기과의사로서 이런경우 환자를 이해시키는 것이 참 힘들다.

며칠전에는 고3학생이 왔는데, 매시간마다 소변을 보러 간다고 한다. 어디 이상이 있는지 상당히 궁금한 얼굴로 왔었는데, 검사를 하고 난뒤에 정상이라고 하면서, 나역시 고3때는 특히 시험을 볼때는 매시간마다 긴장하게 되어서 소변을 보러 갔다고 말하면서 안심시키고 보냈다.

가끔 이야기하다 보면 앞서 이야기한 환자들처럼 자기전에 소변을 자주 보러가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요새는 야간뇨라는 명칭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야간뇨라고 알고 오는 경우도 상당히 흔하다. 그러나 비뇨기과의사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야간뇨는 자기전에 소변 자주 보는 것이 아니다.

야간뇨란 분명히 잠이 든 이후에 소변이 마려워 다시 깨고 화장실에 간뒤에 다시 자는 것이 야간뇨이다. 자기전에 소변 자주 보는 것은 야간뇨가 절대 아니며, 아침에 잠에서 깨서 활동하기 전에 소변을 보는 것도 야간뇨가 아니다. 일찍 자고 새벽에 깨는 사람이나 새벽에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분들이 간혹 야간뇨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다 새벽에 깨어 있을때 소변을 보는 것도 야간뇨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다 아니다. 야간뇨란 반드시 소변을 보는 순간전후로 잠이 동반되어야 한다.

자기전에 소변을 자주 보고 싶은 느낌이 나서 잠을 자는 것이 힘든것이 문제가 될까?
사실 이에 대한 연구를 한번 찾아보기 위해 며칠을 의학논문을 뒤져봤으나 관련된 것이 전혀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비뇨기과의사로서의 소견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분히 심리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예를 들자면,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밤에 산행을 한번 한일이 있는데, 갑자기 산 중턱에서 뭐가 휙 하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뭘까? 생각하면서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휙휙 움직이는 것이 점 점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이 들면서 잠시 다른 일에 열중하다가 보니 휙휙 움직이는 것이 또 없어졌다.

이해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자기전에 소변이 자주 보고 싶은 느낌은 이에 대해 자꾸 집중하여 생기는 것이다. 즉 악순환이라는 이야기인데, 자꾸 보고 싶은 맘에 화장실에 가면 방광에 소변이 거의 없어 소변이 나오지 않고 , 왜 안나오지 자꾸 생각하면 방광이 긴장하게 되고, 잠을 다시 청하려고 하면 소변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이러면서 계속 악화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수업시간 마다 소변을 보러 가는 것도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면서 소변을 참기 어려운 경우이다. 물론 긴장하면서 담배를 태운다든지, 커피를 먹는다는지, 물을 먹는다는지, 이런것들이 소변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방광을 민감하게 만들어 더욱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긴장하는 것을 없애면 된다. 물론 말이야 쉽게 말을 하겠지만, 사실 어려운 문제이다. 며칠 혹은 몇달을 걸쳐서 조금 소변이 마려워도 참는 훈련이 필요하며, 그냥 자는 연습을 하면 된다. 힘들다면 병원에서 약물복용으로 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매순간순간마다 긴장하면서 사는 것같다.
'느리게 걷기'라는 어느까페의 이름처럼 약간은 느리게 생활하는 것도 이런 경우에는 도움이 될 듯 하다.

                                    (source : flicker by catch the dream)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위와 같은 경우가 단순히 심리적인 영향이라고 안심하기는 그렇고, 일정부분 과민성방광이나 전립선염의 경우에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의사의 진료를 거쳐 이상이 없다면 안심하고 좀 느리게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