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4. 15:35

요로결석을 치료하다 보면 간혹 요로결석 증세와 비슷한데, 좀 이상한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몇달전에 한 환자는 40대 중년의 남성분이었는데, 왼쪽 옆구리가 아프다고 오셨다.
과가 과이니만큼, 의례이 요로결석이겠거니....하면서 검사를 했는데, 소변검사와 조영제를 투여하여 신장및 요관을 검사하였다.
잉? 정상이 아닌가?
순간 아차...싶은 생각이 들어 상체의 옷을 다 벗어보라고 했다.
음...짐작했던 병이었다.
옆구리 피부가 전체적으로 붉은 색으로 있으면서 군데 군데 물집이 잡혀있는것이 아닌가.....
"어....대상포진이네요....요로결석이 아니고..."
"아..이것때문에 아픈건가요?"
"네...디게 아파요...이게... 약을 한 1주 먹어야 할 것 같네요...."
"아...네...약먹으면 되는거지요? 감사합니다."
"......"

(특히 나이많은 환자에게서 보게 되는 대상포진 환자의 특징적인 병변, 출처 : 위키피디아)


며칠전 한 젊은 여성이 이번에는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왔다.
1년전에 나에게 오른쪽 신장에서 방광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요로결석으로 2번 체외충격파쇄석술을 시행했던 환자였다. 당시 오른쪽 신장에도 아주 작은 결석이 남아 있었고....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니, 당연히 이전에도 요로결석이 있었고 해서 결석으로 인한 증세로 생각했었다. 이번에는 통증과 함께 구역질, 구토등이 있었고, 난 속으로
'이번에는 굉장히 꽉 막혔는가 보네.......'
라면서 이번에도 소변검사, 조영제 투여후 신장 및 요관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정상이 아닌가?
이전에 보이던 오른쪽 신장의 아주 작은 결석은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또 순간 아차...싶어서 배를 한번 보자고 했다.
배를 꾹꾹 눌러보니 쩝....맹장염....아니 충수돌기가 있는 쪽에 누르니까 좀 아프다고 한다.
 "어...이거 충수돌기염같은데요.....요로결석이 아니고...."
"충수돌기염이 뭔데요?"
"아....일반인들은 맹장염으로 부르기도 하지요....수술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맹장염요? 여기서 수술 되나요?"
"음..여기는 비뇨기과구.....응급실 가셔서 빨리 수술 받으세요..."

(수술장에서 충수돌기를 꺼내는 장면.
Army retractor로 상처를 벌리고, Babcock clamp로 충수돌기를 잡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3일 지나...오늘 갑자기 그 환자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저번에 봤던 의사인데요....수술하셨나요?"
"아...네....병원에서 수술했습니다....감사합니다....."




쩝...
저번에 포스팅 했던 급성간염으로도 그렇고.....이번에 대상 포진과 함께 맹장염...아니 충수돌기염으로도 그렇고.....
비뇨기과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에....괜히 씁쓸한 느낌이 든다....
전문 비뇨기과 질환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껀데......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