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4. 17:27

가끔은 진료실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심심치 않게 겪게 되는데, 오늘도 대학병원에서 날라온 진료회신서를 보고 가슴이 철렁한 느낌을 받았다.

29세 젊은 남자인데 이전에 특별한 증세가 없고, 소변을 볼때 약간 따끔한 느낌이 있어 내원하였다.
'뭐....그냥 요도염이겠지.....'
하면서 소변검사를 했는데 소변검사에서 적혈구가 약 10개정도 관찰이 되었다.

"어...혈뇨가 있으시네요."
"혈뇨요?"
"아....소변에서 피가 보인다구요. 우선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하면서 복부사진(KUB)를 찍었는데, 요로결석같은 것은 없었다.

사실 29세에서 암을 생각하는 것은 좀 무리이긴 하지만, 이전에 한번 덴(?) 경험이 있어 소변으로 암세포검사(urine cytology)를 검사하였다.

1주뒤에 결과 확인해보니 'atypical cells' 이 있어 환자와 상의후에 이에 대한 검사를 큰병원에서 더 하기를 원해 전원하였다.

두달이 지난뒤에, 이 환자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을 즈음에, 대학병원에서 진료회신서가 왔다.

그때 들어온 글자들.....
'Ig A nephropathy & rapidly progressive glomerulonephritis'

회신서를 보니 고혈압도 180/110mmHg, 신장 기능검사 (Creatinine) 도 12mg/dL 이상이었다. 신장기능검사에서 Ig A 신증 (nephropathy)가 확인되었고, 면역억제제 치료에도 반응이 없어서 신장투석을 시행중이라고 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오늘 한 젊은 남성환자가 소변볼때 따끔하다고 한다. 역시 소변검사를 하고 보니....혈뇨가 보였다.
"어....소변에서 피가 보이네요...."
"아..네. 제가 IgA 신증이라서요. 그거 나온다고 하던데요."

쩝.....IgA 신증이라는 말이 갑자기 가슴속에서 크게 메아리친다.

"그래도 신장기능검사를....."
"아...그거 며칠전에 했는데 괜찮데요....그거 말고 이상소견 없죠...?"
"아네....네...."

이것을 보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하던가......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