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3. 00:40

요새는 언론에서 하도 로봇수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바람에 일반인들도 로봇수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다 아시겠지만 다시 한번 언급하면, 로봇(Robot)이라는 말은 1920년에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인 Karel Capek의 희곡인 '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인 robota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쓰이고 있는 로봇의 정의는 '어느정도 인간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인간의 명령이나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인간에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할수 있는 기계'로 정의한다고 한다.

(Rossum's Universal Robots희극에 나오는 Capek의 로봇. 좌측 사진출처 : www.cs.bham.ac.uk)

즉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로봇에는 3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데, 첫번째로 프로그램화될수 있어야 하며, 두번째로 주위환경에 반응할 수 있는 기계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며, 세번째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연함등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읽어본 일이 없지만 1950년도에 Isaac Asimov가 'I Robot'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그 유명한 로봇의 3원칙이 있다.
물론 다 아시겠지만 다시 한번 리바이벌을 하면...(난 리바이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며 인간이 위험에 처하도록 방관해서도 안된다.
2. 로봇은 인간에 의해 주어진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첫번째법칙을 거스르는 경우에는 예외이다.
3. 로봇은 첫번째와 두번째 법칙에 거스르지 않는 한 자기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의학에서도 로봇의 등장이 이제는 낮설지 않게 되었다.

간호분야를 보면 그 유명한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현재 시험운행중인 로봇이 있는데, 오른쪽 사진을 보면 위에 스크린을 달고 누워있는 환자들에게 돌아다니면서 멀리 떨어진 의사와 환자와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간호하는 로봇이다.


치료용 로봇은 몇십년전부터 이용되어 왔다.
최초로 사용된 치료용 로봇은 1980년도에 신경외과분야의 수술에 사용된 ROBODOC이라는 로봇이다.

나의 전공분야인 비뇨기과는 원래부터 기계의 사용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봇 사용도 다른과보다는 남다른 것 같다. 최초에 사용된 비뇨기과의 로봇은 1989년도에 전립선비대증에 대해서 내시경으로 전립선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PROBOT이라는 로봇이라고 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환자에게 장착되어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결과도 상당히 괜찮았다고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생산되지 않았다.

이후 복강경수술에 카메라를 조절할 수 있는 AESOP이라는 로봇이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다빈치 로봇(Da Vinci Robot)이 개발되었다.

이 다빈치 로봇은 master-slave system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즉, 의사가 조정하는 콘솔박스가 있는 master system과 실제로 기계가 움직여서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하는 부분인 slave system으로 나누어진 구조이다.

                             (출처 : www.progressiveengineer.com)

이런 구조는 만물박사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래 습작에서 보여지는 automation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후 1960년도에 미군에서 멀리 떨어진 의사가 로봇을 가지고 전쟁터의 병사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면서부터 이러한 시스템이 발달되게 되었다.
           (다빈치가 그렸다는 로봇의 개념도. 출처 : www.pooldrstore.com)

이런 시스템을 가진 다빈치 로봇은 3차원 영상으로 수술부위를 몇배 확대해서 선명하게 볼수 있으며, 좁은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팔로 무장하고 외과의사의 영역인 수술에 도입되었다. 특히 비뇨기과영역인 전립선암 수술에 많이 도입되고 있는데, 전립선암수술에 많이 도입되는 이유가 원래 수술자체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깊숙한 전립선을 제대로 제거하기가 좀 어려우며 특히 복강경으로 수술하는데 있어서 전립선수술이 꽤 난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약 10대 이상의 다빈치 로봇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용되고 있는 수술을 보면 거의 대부분 전립선암수술에 이용되고 있으며, 이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비슷하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다빈치 로봇은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로봇은 아니다. 잘 숙련된 의사가 기계를 조정할 수 있는 콘솔박스에 들어가서 3차원 영상을 직접 보면서 양손을 가지고 로봇팔을 일일이 움직여 수술을 시행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아래쪽 그림에 있는 다빈치의 콘솔박스에서 손으로 기계를 움직이면, 위쪽 그림과 같이 실제의 로봇팔이 똑같이 움직인다. 출처 :www.mindfully.org)

현재의 로봇시술은 어떻게 보면 단순히 의사가 기계를 움직여 수술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다빈치 로봇은 수많은 메커니즘으로 복강경시술때 제대로 할수 없는 많은 수술적 동작들을 매끈하게 해내어 수술효과를 극대화시키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로봇움직임이 단순히 로봇이 자기의지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잘 훈련된 의사의 손길에 의해서 움직여진다는 것이다.

내가 몇년전에 봤던 영화중 위의 3원칙과 'I Robot'을 영화화한 윌스미스 주연의 '아이로봇' 내용중 아직까지 기억나는 장면중의 하나는 윌스미스가 교통사고로 자기자신과 어떤 여자아이가 같이 강물에 빠져 죽을뻔 하는데, 근처 지나가던 로봇이 뛰어들어 단순히 산술적으로 살 확률이 높은 윌스미스만 구하고 살 확률이 높지 않는 여자아이는 구하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

(좌측 출처 : www.makefive.com)

물론 로봇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주인공이었던 윌스미스도 그렇게 여자아이부터 구하라고 소리쳤듯이 인간의 입장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며, 수술시에도 당연히 로봇에게만 전적으로 맡길수 없는 이치이다.

따라서 앞으로 로봇수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기계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의사의 손길이 그 정점에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더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위의 다빈치 시스템이 master - slave system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분이라면 환자는 한국에 있고, 미국의 의사가 콘솔박스에 앉아서 수술을 시행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실제로 communication의 발달로 함께 2001년도에 미국에서 조정하여 프랑스에서 담낭제거술을 시행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런것을 telesurgery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수술을 받는 환자와 시술하는 의사가 한방에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에 만일 수술도중에 위험한 일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처치를 시행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또한 실제로 시술하는 곳과 의사가 조정하는 것에 약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시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때문에 현재는 master-slave system이라도 항상 의사와 수술받는 환자는 한방에서 로봇수술을 시행받아야 한다.

참고문헌 : Challacombe BJ, et al. The history of robotics in urology. world J Urol 2006;24:120-127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