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2. 20:50
내가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께서 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네! 애국심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말을 했더니, 국어선생님 왈,
"그것도 일부 이유가 될 수 있겠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을까......
아직도 기억나는 말중의 하나이다.

요새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미래를 알기 위해서"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모두다 과거의 사건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닥칠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다.

그 과거의 사건들이란 전말은 과거의 미국에서 있었다.

1918년 swine flu 때문에 50만명의 미국인들이 사망한 사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1976년에 한 군인이 swine flu로 사망하고 몇몇 다른 군인이 비슷한 증세로 확인되면서 이때의 flu가 1918년에 그 엄청난 바이러스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미국은 즉각 반응하여 전 국민을 다 swine flu 백신을 투여하겠다는 1억 3천 7백만불의 계획을 발표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76년 당시 Swine flu 백신을 맞고 있는 포드 대통령
               출처 : 위키피디아)


당시 미국대통령인 포드대통령부터 접종을 시작하면서 대규모로 미국인에게 백신접종을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면서 길리안-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이라는 드믈게 발생하면서 전신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잘못하면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전 미국인의 25%인 4천만명 이상이 접종한 10주뒤에 500명 이상이 길리안-바레 증후군이 발생하였고 이중 25명이 사망하면서 접종은 중단되었다. 당시 swine flu에 감염된 환자수는 약 200명정도였으며 이중 한명이 사망하였다고 미국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지금의 신종플루는 1976년의 그것과는 좀 다른 양상이다. 사망자만 전세계적으로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신종플루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이지만, 1976년의 미국의 swine flu 사건만 두고 백신의 위험성을 제기하여 백신접종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신종플루백신의 급조를 두고 위 사건을 크게 부각하고 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1976년의 백신만 길리안-바레 증후군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그 이후 약 33년간의 백신접종은 길리안-바레 증후군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참고문헌2)

모두들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한쪽은 맞아야 하는 당위성을 외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백신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쪽의 입장에서 외치는 정치적인 구호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에서 지금 현재 백신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서 솔직한 대중의 이해를 구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전공도 아닌 나에게 하도 신종플루백신에 대해 물어보는 통에 본이 아니게 좀 주제 넘은 글을 쓴것 같다. 근데 백신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비뇨기과의사인 나에게도 백신접종의 기회가 올까 모르겠다....

참고문헌
1. LA Times 2009 April 27 "Swine flu debacle of 1976 is recalled"
2. Haber P, et al. Vaccines and guillain-barre syndrome. Drug Saf 2009;32(4):309-23.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