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1. 01:06

며칠전 곤지름(성기사마귀) 치료받았던 환자와 나누었던 대화이다.
"이거 누가 그러던데, 여자에게 자궁암도 일으킬 수 있다면서요?"
"바이러스 종류는 비슷하지만, 타입이 좀 달라요..."
"그럼 이 곤지름때문에 자궁암이 생기지 않나요?"
"곤지름을 주로 일으키는 바이러스 때문은 아니죠....같이 동반되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말솜씨가 부족해서 아마 잘 이해를 하지 못했나 싶다.
가끔 환자들이 물어보는 것중의 하나는 곤지름때문에 여성에게 자궁암 (정확히 말해서는 자궁경부암) 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Harald Zur Hausen Wins Nobel Prize For Medicine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고 최초로 밝힌 공로로 2008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하우젠 박사, 출처 : PicApp) 

곤지름과 자궁경부암은 둘다 같은 바이러스로 발생되는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를 HPV, 그러니까 우리말로 하면 인유두종바이러스, 영어로 하면 human papillomavirus 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바이러스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좀 독한 놈이 있고, 순한 놈이 있는데 종류는 100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때가 이정도이니 아마 지금은 더 추가가 되지 않았을까?) 이중 순한 놈으로는 6 타입과 11타입이 있고, 독한 놈으로는 16타입과 18타입이 있다. 눈치 빠르신 분은 알겠지만 곤지름은 6 이나 11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일으키는 질환이며 자궁경부암은 16 혹은 18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정적으로 구분지을 수 있으면 의학이 얼마나 쉬울까....

곤지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90%는 물론 순한 놈인 6 혹은 11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 10%이내의 곤지름의 경우에는 16 혹은 18 타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곤지름을 일으킬 수가 있다. (참고문헌)

또 한가지 문제점으로는 남성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반드시 곤지름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감염되고 약 3개월의 잠복기를 지나서 증상이 발현된다고 하는데, 꼭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무증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데이터는 없지만, 선진국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보통 건강한 남성의 약 50%정도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가 한 종류라도 감염이 되어 있다.(참고문헌) 따라서 20-50%의 곤지름 환자들에게서 16 혹은 18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가 같이 동반되어 감염되어 있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참고문헌)

따라서 결론은 좀 애매하다.

알기 쉽게 이야기 하자면 6 혹은 11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곤지름만 주로 일으키지만, 곤지름의 약 10% 이내에서는 16 혹은 18타입의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일으킬 수도 있고 곤지름과는 별개로 16 혹은 18 타입의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동반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곤지름은 자궁경부암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단 곤지름을 일으키는 6 혹은 11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더 읽어볼 글들...]
2008/10/19 - 남자도 자궁경부암백신을 맞아야 하나?


[참고문헌]
Giuliano AR, et al. Epidemiology of human papillomavirus infection in men, cancers other than cervical and benign conditions. Vaccine 2008;26(Suppl 10):K17-28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