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 22:01

우리 아기가 최근 열이 나서 한 1주일은 고생했다. 처음에는 열이 거의 40도까지 오르더만, 나중에는 기침과 가래등으로 아기가 먹지못해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다.아마도 부모 맘은 다 똑같을 것 같다.
난 비뇨기과의사라서 소아과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반인보다는 더 많이알 것 같은데...집에서는 돌팔이 취급을 받는다.(^.^)

처음에 우리 아기가 열이 많이 날때 새벽이라서 소아과에 가지 못할때 고생하였다.근데 문제는 우리 아내가 아기가 감기 더 들수 있다고 옷을 좀 더 입히고 방문 닫고 덥게 하는 것을 보고, 아이의 경우에는 열이 날때는 좀 벗겨놓고미지근한 물로 마싸지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직접 시범을 보이고, 타이레놀 약도 먹이고 하였다. 다행히 열이 약간 내려 무사히 새벽을 넘기고 소아과에 가서 진찰받으면서 1주일간을 보냈고, 난 아내에게 점수를 좀 딸 수 있었다...^.^

(사진출처 : www.villageofparkforest.com)

각설하고....
비뇨기과 의사긴 하지만 내 아기가 열이 나니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고 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이 있어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소개를 한다.

일반적으로 아기가 열이 날때는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를 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영어로는 tepid massage 혹은 tepid sponging이라고 이야기 하는데,tepid라는 말은 미지근한 이라는 말이다.마사지를 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발열소아환자를 그냥 두면 열이 너무 높게 올라가면서 열성경련을 일으키게 되어 이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이 기화하면서 아기의 몸에 있는 열을 빼앗아 열이 내리게 되는 기전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열이 있으면 반드시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은다 아시다시피 열이란 우리몸에 나쁜 균이 들어왔을 때 우리몸이 열이라는 기전을 통해서 방어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열을 내리면 우리몸이 방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잃게 되어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다.

또한 차갑게 하면 손과 발의 모세혈관들이 수축을 한다. 모세혈관이 우리몸의 열의 대부분을 조절하는데, 이런 혈관이 수축하게 되면 피가 통하지 않아 몸에 있는 열이 혈관으로 나가는 길을 완전히 차단하는 효과를 내어 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아이가 이런 마사지를 하면서 떨거나, 울거나 하면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서 더 열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타이레놀같은 해열제의 경우 먹은 후 약 30분에서 2시간이내에 혈중농도가 최고가 되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하는 경우 15분에서 30분정도 에서 최고의 효과를 나타내긴 하지만,2가지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결과적으로 해열제만 사용한 것과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해열제의 작용시간이 30분이후부터이므로 30분 이내 초기에는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하는 것이 효과가 약간 더 있을 수는 있다.

따라서 소아에서 열이 날때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우선적이며 해열제를 이용할 때는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하는 것은 부모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하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해열제를 이용하지 못할때 할 수 잇는 단순처치로 이러한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하는 것이 추천되어야 할 것 같다.

아기가 열이 날때 가장 우선적인 것인 의사의 진찰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원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Posted by 두빵
2008. 5. 26. 00:24

며칠전 처가집쪽으로 잘 알고 있는 젊은 분이 임파선암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다. 항암치료를 한다고 말이다.
문득 그사람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환자를 담당한 치료진이 나와 잘 아는 사이길래,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인데, 항암치료를 하기 전에 정자은행에다가 정자 보관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임파선암에 쓰는 항암제는 나중에 임신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는데, 환자와 우선 상의해봐야지..."

요새는 간혹 젊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의사라서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또 비뇨기과의사라 고환암을 자주 보는데, 고환암이 대개 젊은 사람에게 많이 생기는 질환이다.

흔희들 항암치료로 인해서 불임이 되는 경우를 많이 걱정하는데, 요새는 암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 불임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고환암의 경우 약 1/4이, 백혈병의 경우 절반 이상에서 정자에 이상소견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항암치료를 하면 초기단계의 정자들은 영향을 많이 받지만, 후기단계의 정자들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 따라서 항암치료를 하면 바로 정액에 정자가 없어지지 않고 후기단계의 정자들이 약 2개월정도는 정상범위로 나온다.

암으로 항암치료를 하면 잘 알다시피 정자도 같이 죽기 때문에 불임이 된다. 그럼 이 현상은 항암치료가 끝나도 계속 지속이 될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환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경우 약 5년정도 지나면 80%의 환자에서 정자생성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임파선암의 경우에는 암의 타입에 따라 다르지만 약 50-70%정도가 정자생성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회복이 100%가 되지 않는다는것에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젊은 남자가 암때문에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경우 추후 자녀를 가질려고 하면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정자은행이다. 정자은행은 정자를 극저온에 보관하는 방법을 취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21년간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냉동하였을 때 운동성이 좀 떨어진다고 하였지만, 그외 다른 인자들은 정상범위수준에 있었다고 한다.

(정자를 보관하는 통, 출처 : 중앙일보)

이러한 시설은 그럼 어디에 있을까?

보통 큰 종합병원에 가면 대부분 정자를 냉동보관할 수 있다.또한 불임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들도 정자를 냉동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몇달전 신문기사를 보니 캐나다의 어떤 사람이 어릴때 악성종양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불임이 되었을 때 치료전에 보관해두었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여 자녀를 가졌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정자는 약 20녀도 더 된 기간을 지나고도 정상적인 아기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옆사진 : 캐나다 밴쿠거에 살고 있는 마이크 쿠츠민스키와 크리스틴, 20년도 더된 정자를 가지고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출처 : 나우뉴스)


자....결론을 맺자면,

남자가 암으로 치료를 시작할 때 다 치료한 다음에 아기를 가질 의향이 있는가?
그렇다면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불임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반드시 정자를 냉동보관하도록 하자.

Posted by 두빵
2008. 5. 19. 01:41
남성들이 간혹 사정시 혹은 사정후에 통증이 지속된다고 걱정하며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새는 우리나라도 잘 살게 되었는지, 삶의 질 (quality of life)을 많이 따지는 질환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정시 통증도 물론 삶의 질을 낮추며, 성관계를 기피함으로서 남성의 성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간혹 부부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좌측 그림 : 남자의 회음부를 이루고 있는 근육들..
출처 : 위키디피아)

사정이라는 것은 요도와 회음부 주위의 많은 근육들이규칙적으로 움직임으로 인해서 정액을 배출하는 과정으로 즉 쉽게 말해 정액을 짜주면서 배출되는 과정이다. 좀 어려운 의학용어를 쓰자면 alpha 1A아드레날린 수용체 (alpha 1A-adrenoreceptor)가 주로 작용한다.


그럼 사정 후 통증이 일어나는 기전은 앞서 이야기한 alpha 1A 아드레날란 수용체의 이상소견으로 이런 기전이 막히거나정상보다 더 쎈경우 요도와 회음부주위의 많은 근육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자기멋대로 움직여서 정액이 잘 배출되지 않고 정액의 일부가 몸속에서 남아 빨리를 쥐어짜듯이 정액주위로 근육들이 뭉침으로 인해서 발생한다.

보통 정상인에서는 약 1-10%정도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으나, 전립선비대증이나 만성전립선염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거의 절반정도 호소한다고 한다. 통증이 발생되는 위치는 주로 음경이 대부분이지만 아랫배나 고환도 상당히 호소한다.

그럼 이러한 원인은 무엇일까?

1. 전립선암 수술후에 수술로 인한 해부학적인 변화때문에 골반근육이 뭉쳐 발생하기도 한다.




2. 남자의 전립선 뒤쪽으로 정낭이라는 구조물이 있는데 이 정낭의 분비물이정액의 2/3을 차지한다. 이러한 정낭에 돌이 생겨 막힌 경우에 사정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좌측 사진 : 정낭의 구조. 정낭(seminal vesicle)은 방광 (bladder)와 전립선 (prostate gland) 사이에 하얀색 양측 구조물로 2개가 있다.
정액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남성생식기계이다.

출처 : www. becomehealthynow.com)


3. 우울증으로 인해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정신과 약은 alpha 1A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잘 작동하지않게 하는 경우가 많다.





4. 우리몸에 성기의 움직임을 관장하고 있는 신경은 음부신경 (pudendal nerve) 인데 음부신경에 이상소견이 있어도 그럴 수 있다.

남성이 오래 앉아 있거나, 매우 반복적으로 등산을 하거나 다리를 들어올리는 운동을 계속하면 이것때문에 음부신경이 위치변화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긴장된 골반근육때문에 음부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쉽게 말해 근육에 물려 있어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우측 사진 : 음부신경 (pudendal nerve)의 위치.
골반뼈 내에 S2,3,4옆의 녹색 선이 음부신경의 위치이다.
*자세히 보니 S2,3,4가 꺼꾸로 되어 있네요.
출처 : BJU int. 2007:99;1335)


마지막 4번째의 경우는 만성전립선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성전립선염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 있어서 사정후 혹은 사정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많다.

물론 이러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즉 1~3번의 경우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

4번째의 원인은 만성전립선염의 경우와 일치하므로 이런 경우에도 의사의 진찰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행동요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앞서 말한 남성이 오래 앉아 있거나, 매우 반복적으로 등산을 하거나 다리를 들어올리는 운동으로음부신경이상이 생기는 것이므로 사정시 혹은 사정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들에게서 생활 습관을 좀 바꿔야 하겠다.

어떻게 하냐고? 회음부 근육들을 쉬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자주 일어나서 골반근육을 쉬게 하자.
등산도 참 좋은 운동이긴 하지만 너무 무리하면 회음부까지 무리가 갈 수 있다.
자전거등도 별로 좋은 운동인 아니다.
Posted by 두빵
2008. 5. 16. 00:47

오늘 진료를 마칠때쯤, 보호자 한분이 오셨다.
보니 작년에는 가끔 만성전립선염으로 진료를 몇번 받았었고, 올해 몇번은 혈뇨로 나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아니...환자는 안오시고 보호자 분이 오셨어요?"
"며칠전 돌아가셔서...."

갑자기 머리를 한대 쥐어박힌 느낌이었다. 얼굴이 기억이 나는 환자라서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하면서 다시 물었다.
"뭐...교통사고를 당하셨나요?"
"최근 너무 피곤하여 큰병원에 갔다가 검사결과도 나오기 전에 돌아가셨어요. 암이 뼈까지 다 전이가 되었다는데...."
"??? 뭔 암이라는 데요?"
"며칠뒤에 결과 나오는데, 그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셨어요...골수검사까지 했는데..."

차트를 보니 올해초부터 미약한 혈뇨로 계속 진료를 받았었다. 약 2달전에 갑자기 혈뇨가 증가되어 초음파 및 정밀촬영을 다 하였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어 1주뒤에 다시 보자고 했는데, 추적관찰되지 않았던 환자였다.
몸상태가 최근 좋지 않아 큰병원에서 CT를 찍고 보니 무슨 암인지는 모르겠지만몸전체에 암이 퍼졌다고 했다.

몇달전에 봤을 때는 그런 환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뭔 암이었을까? ....
그리고 왜 1주뒤에 오라는 것을 좀 더 강력하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라는 자책이 맘속에서 요동쳤다.

물어보니 보호자는 그냥 주부였고, 슬하에 중학생인 자녀 2명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옛날에 나의 경험이 떠올라 그 자녀가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다. 가지는 못했지만 맘속으로 그 환자에게 화환이라도 보내야겠다.

하루 하루 환자를 볼때마다 매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시는 환자분을 보고 며칠간은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할 것 같다.

Posted by 두빵